‘같으면서도 다른’ 북한 아리랑
북한 아리랑에 대한 관심은 민요라는 음악적 차원을 넘어서 동질성 회복 차원, 즉 남북 교류의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아리랑은 남과 북, 민족구성원 모두가 일체감을 갖게 하는 민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남북의 적대 관계를 넘어서서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상징어가 되었다. 이로 인해 아리랑은 남북 간에 논의와 교류의 우선 대상이 된다.
북한은 남측에서 불리던 거의 모든 아리랑을 연구와 보급의 대상으로 삼았다. 1995년 9월 평양 교육예술출판사가 발행한《조선의 노래》에는 〈아리랑·영천아리랑(1·2)·경상도아리랑·밀양아리랑·서도아리랑〉으로 5종을 수록했다. 이는 소위 주체 음악 정책에 부합하도록 선정된 노래이다. 주체 음악 정책에 의한 아리랑은 남도 목을 ‘쐑소리’로 내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더라도 편곡하여 부르게 하였으며, 느리고 한탄스러운 곡조는 노동력을 고취시키지 못한다고 여겨 ‘선소리’ 목으로 고쳐 부르도록 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정선아리랑〉과 〈긴아리랑〉이다.
이렇듯 북한은 남한에서 부르는 대표적인 아리랑은 물론 남한에서 불리지 않는 경상도아리랑과 영천아리랑 및 정책 가요 〈랭산모판 큰애기 아리랑〉 등을 부르고 있다. 또한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2002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아리랑(아리랑축전)’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아리랑축전’ 개최 이후 로는 아리랑을 표제로 한 가요 〈통일아리랑〉, 〈강성부흥아리랑〉, 〈간삼봉 전투 아리랑〉 같은 창작 아리랑을 부르고 있으며 남한의 가요 〈홀로아리랑〉(김연자 노래)까지도 수용하여 부르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아리랑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음악 정치’에 아리랑이 사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체제정당화를 위해 전통문화를 수용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 01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 02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
해뜨고 달뜨고 별도뜨네
- 03 아리랑고개는 열두 고개
구름도 사람도 쉬어간다
- 04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
동지 섣달에도 꽃만 핀다
<조선민요곡집> 표지
'단천 아리랑‘
남북 단일팀 단가(團歌) 아리랑
남북 간의 회담 중 체육회담은 다른 어느 분야의 회담보다도 먼저 시작되었고 더 자주 개최되었다. 다른 부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정치․이념적 색채가 약하고 쌍방의 정치 제도와 관계없이 교류․협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대감 때문이다.
첫 회담은 1964년의 제18회 동경올림픽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문제를 놓고 1963년 1월과 5월에 로잔느와 홍콩에서 열렸던 남북체육회담을 시작으로 1979년 평양의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회담, 1984년의 제23회 로스앤젤레스올림픽대회에 단일팀 출전을 위한 체육회담이 있었다. 이어 1988년의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 ‘공동개최’를 위한 다섯 차례의 남북체육회담, 1989년 3월부터 1990년 2월까지 판문점에서 열린 북경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 그리고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및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으로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단일팀 단가만큼은 1963년 로잔느회담에서부터 〈아리랑〉으로 한다고 합의했으며, 이 합의는 1990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까지 유지되었다. 그러나 실제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일본 지바현) 및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포루투칼) 단일팀 출전부터 단가가 악보 심의, 편곡, 제작을 거쳐 공유되었다. 이때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90년 11월 29일부터 1991년 2월 12일까지 4차에 걸친 판문점 남북체육회담이 열렸다. 통일원, 체육청소년부, IOC(대한체육회)에 의한 합동 심의위원(통일원 소속의 박갑수, 체육청소년부 소속의 오지철, 김희조, 나운영, 박광희, 김연갑)의 3차에 걸친 심의가 이루어졌고, 북측이 보내온 1920년대 〈아리랑〉 악보를 심의하여 김희조 편곡, 금난새 지휘(KBS교향악단)로 제작(카세트와 릴 테이프)하여 북측에 전달한 후 공유하게 되었다. 이 단가는 입장식과 수상식에서 국가 대신 사용되었다.
한편 북한은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조선민요 《아리랑(Arirang folk song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을 등재했다. 이에 앞서 우리는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Arirang, lyrical folk song in the Republic of Korea)》라는 이름으로 2012년 12월 5일 등재했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 팸플릿